몇일 전에 리뷰했던 책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와 마찬가지로 사랑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책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와 같이 사랑학이라는 영역을 개척해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루게릭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이 사랑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따라서 이 책은 책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와는 다소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사랑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와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저자가 심각한 불치병에 걸려서 죽어가는 데도 사랑을 느끼고 사랑의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병이 정신병이 아니라 신체적인 질병이기 때문이다. 나같이 정신분열증 같은 심각한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 사랑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사랑을 느끼는 건 사치다.




심각한 정신병이 있는 사람이 만약 어떤 사람을 열렬히 사랑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기보단, 그 사람으로 인해 자기가 피해를 입을까봐 무서워하지 않을까?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과 의처증 환자가 배우자를 사랑하는 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다. 왜냐하면 전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후자는 남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같은 조현병 환자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사치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게 진심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은 내 사랑을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에게 사랑받는 그 사람은 나를 무서워하고, 심하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것이다. 비록 약을 먹어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조현병이 있다는 걸 알게되면 누구나 편견을 가지게 되어 있다.


물론 난 남에게 피해를 줄 생각이 없다. 하지만 조현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다면, 그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남들을 사랑하지 않는 게 낫다. 사랑의 결과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 선의의 악행이나 다름없는 부적절한 일이다.




따라서 난 결혼을 안 하려는 것은 물론이고 남자친구를 두지 않으려는 것이다. 나같은 정신장애인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에 마음에 두고 있는 썸남이 있었는데, 정신장애에 걸리고 나서 그 썸남에게 내 조현병을 사실대로 말했고, 더이상 그 썸남과 사귀려는 것을 포기했다.


결국은 우선순위의 문제다. 사랑은 중요하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같은 조현병 있는 정신장애인이 남과 더불어 살아가려면 사랑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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