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올슉업>을 보러 갔다 오면서 왔다갔다 하는 시간, 잠시 스타벅스에서 쉬는 시간에 다 읽은 책이다. 올슉업 리뷰할 때 이 책을 리뷰하겠다고 이미 공지했었다.




이 책은 '블록 체인' 방식을 아주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며, 결국 세계의 사회를 아주 혁명적이고 이상적인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방식은 기술적으로 중개자가 존재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유통 등을 해주면서 수익을 가로채는 중간자가 존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내 관점에서 이 책은 과장되었다. 일단, 이 책에서는 블록체인 방식을 보안성도 높으면서 개방성도 높은 이상적인 기술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두 개념은 절대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어떤 서비스던지간에 개방성이 높으면 보안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보안성이 좋으면 개방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두 개념을 양립하는 건 기술의 문제에 앞서서 사회과학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방식은 둘 중 어느 방향인가? 기술자인 내 관점에서 블록체인은 전자에 해당되는 기술이다. 그러니까 개방성이 높은 반면 보안성은 떨어진다. 랜섬웨어 등 최근에 이슈가 되는 사회악적이고 파급효과가 큰 컴퓨터 바이러스 대부분이 돈을 노리고 유포되는데, 이들 랜섬웨어 대부분이 피해자에게 비트코인으로 돈을 요구한다.


사실 중간자(미들맨)이 없다는 건, 필연적으로 보안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작년 말 카카오 사태로 인해 텔레그램으로 망명하겠다는 신드롬이 있었을 때 이를 이미 언급했었다. 텔레그램은 기술적으로 미들맨의 역할이 약하다는 것을 통해 개방성도 높고 보안성이 높다는 걸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보안성에 문제가 생긴다. 왜냐하면 일반인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야기를 할 확률보다 범죄당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개인정보보호가 중요하다지만, 개인정보보호가 범죄자의 범죄를 은폐하는 데 악용되는 것은 곤란하다. 중간자가 없다는 건 일반인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그걸 증명할 수단이 사라진다는 걸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다음카카오가 정부의 부당한 정보검열 요구에 대처하지 못하는 걸 비판하지만, 정보검열이 심각한 범죄를 폭로하는 데 쓰이는 경우에는 오히려 정보검열에 동의한다.


개인적으로 난 사각지대에서 범죄를 당한 경험이 몇번 있고, 범죄를 당해서 피해를 봤음에도 제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내가 범죄를 당했을 때 믿을만한 중간자가 있었다면, 난 그 범죄들에 대한 보상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회사에서 임금체불 당했을 때에도 내가 밤샘근무까지 하면서 초과근무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할만한 믿을만한 중간과정이 있었다면 추가근로에 대한 수당은 물론이고 무리한 근로로 조현병이 재발해서 산업재해를 당한 부분까지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고, 임금체불 당한 부분만 인정받아서 시간내 근로에 대한 임금과 퇴직금만을 돌려받았다. 이런 현상은 중간자가 끼어들지 못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중고나라가 중고물품을 재활용한다는 사회적인 의미가 있음에도 이미지가 나쁜 이유는 중간자의 중개를 거치지 않아서 이를 악용한 사기와 범죄가 극성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중간자를 북한 정부처럼 부당하게 배를 불려서 생산자를 착취하는 나쁜 면만을 강조했지만, 정상적인 시스템에서 중간자는 긍정적인 역할이 더 크다. 안전하고 합리적인 거래를 하고 서로가 범죄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중개하는 댓가로 중간자가 돈을 받는 게 중간자의 본질적인 역할이다. 실제로 중고거래에서 중간자가 존재하는 아름다운가게는 중고나라보다 이미지가 훨씬 좋다.




따라서 이 책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곤란하다. 비트코인은 적어도 이 책에서 묘사하는 것보단 위험하다. 이 책은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블록체인 기술 서비스를 너무 긍정적인 방향만 보고 파급력을 과대평가한 면이 있다. 단지 언론에서 떠드는 것만 보고 뭔가 의심스럽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 즉 범죄 관련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공수래공수거 2018.01.17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독서를 많이 하시네요
    짜투리 시간에 책 한권 읽으시니..ㅋ

    • 책덕후 화영 2018.01.17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이동하면서 책읽는건 전자책이라서 가능한 겁니다. 종이책보다 부피도 작고 여러 편의기능들이 있어서... 지금은 종이책도 종종 읽지만 공무원에 최종합격해서 일을 하게 되거나, 아니면 다른 회사를 다니게 되면 또다시 전자책만 읽게 되지 않을까요... 전자책 없던 시절에는 이렇게 책 많이 읽지 않았어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