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책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성공하기 위해선 열정보다 냉정과 현실감각이 필요하고, 온갖 부당하고 차별적인 대우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이 책에서 조언하는 것과 같이 행동할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성공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청렴한 게 더 중요하다. 당신이 후자라면 차별적인 대우를 받았을 때 반발해라. 하지만 당신이 그러면 성공은 멀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부당을 넘어서서 위법한 회사였다. 4대보험이 안되었고 컴퓨터 개발자에게 최저임금 정도를 준다는 것부터 이해안되는 회사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회사는 법적으로 지켜야 하는 장애인 웹 접근성을 어기라고 시키는 회사였다. 이 법을 어기면 실무자가 처벌받는게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그 회사는 임금체불까지 하는 주제에 장애인 웹 접근성 때문에 문제생기면 회사가 책임지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위법한 대우를 받았는데도 난 회사에 다닐 동안에는 회사에 나쁜 말을 하지 않았다. 회사에 재직중일 당시에 어썸리얼독서모임에 참여했을 때 4대보험 얘기가 나오면서 <요즘 4대보험 안되는 회사 없잖아요?> 라고 발표자가 말했을 때에도 <우리 회사는 4대보험 안되요> 라고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지금 회사에 분노하는 이유는 위법하고 차별적인 대우 때문이 아니다. 이런 걸 감안하고서라도 그 회사의 처우는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무리한 근로로 장애가 악화되어 조현병이 재발한 상태에서는 그 누구라도 일할 수 없다. 산업재해로 장애인이 되어 인지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일하는 게 가능한 사람은 없다. 이런 상황은 현실적으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사했는데 피해보상은 커녕 임금체불에 퇴직금체불까지 한 회사였다. 그래서 분노하는 것이다.


내가 회사에 안좋은 이야기 하는 이유는 다시는 이 업계에 발들일 일 없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가 판치는 현실에서 정신장애인은 현실적으로 개발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나같은 정신장애인에게도 개발자로써 직업재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줬지만, 이쯤 되니 대부분의 지자체가 정신장애인을 개발자 직군으로 직업재활 할 수 없게 막는 이유가 이해된다. 왜냐하면 이 업계는 야근, 주말근무, 밤샘근무가 다반사라서 조현병 있는 정신장애인이 장애가 재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이미 성공은 물건너갔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정신장애인이 성공하는건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0에 가깝다. 난 성공할 수도 없고 성공할 필요도 없으니, 사회적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면 거기에 대항해야지. 왜냐하면 나에게는 성공보단 사회적인 가치가 더 중요하니까.




'제 2악장 - 자립프로젝트 >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2 - 세상물정의 물리학  (0) 2018.01.11
18/1 - 인권  (2) 2018.01.09
17/197 - 에고라는 적  (2) 2017.12.30
17/196(45) -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  (0) 2017.12.29
17/195 - 1등의 생각법  (2) 2017.12.27
17/194 - 나비형 인간  (0) 2017.12.2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인터넷떠돌이 2018.01.01 13: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성공이라는 것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라고 해야 할까요?
    흠..... 저의 경우에는 아스퍼거 환자에게 너무 지나친 횡포를 주변에서 하도 부려서, 아예 [연쇄살인마의 성공]이라는 목표가 무의식중에 생긴 듯 하더군요.
    심지어 PLC 자동제어를 배우는 이유가 연구자로서 뭐 해보겠다는 것도 있으면서 동시에 저 미치고 누구도 바라지 않을 성공이 밑바닥에 아직도 깔려 있습니다.
    ...........................
    이러면서 과학 블로그에 포스팅 꾸준히 올리면서 도합 3시간의 통학길을 다니면서 기계를 배우는 걸 보면, 저 [연쇄살인마의 성공]이라는 미친것도 아직까지는 쓸만한 가 봅니다. 다만........... 지금 배우는 데는 힘을 주는데, 언젠가는 제 등짝에 칼을 박아줄 녀석이라는 게;;;;;

    • 책덕후 화영 2018.01.01 1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엇보다 통학길이 3시간이면 많이 힘드시겠네요... 제가 회사 다닐때도 출근 2시간 퇴근 2시간이었는데 많이 힘들었던 기억... 근데 장애인이고 커리어도 변변찮아서 다른 좀 더 가까운 회사 들어가기도 어려웠다는게 함정이라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