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뷰는 책 <냉정한 이타주의자 - (1) 총평> 에 이어서 하는 리뷰입니다.




이 책의 관점에서, 그러니까 최소비용 최대효율이라는 관점에서 조현병 치료와 약은 비용대비 효과가 많이 떨어진다.


물론 조현병은 심각한 병이 맞다. 조현병은 약을 안먹으면 상태가 계속 악화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범죄의 가능성도 있지만 사실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그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는 일자리 등에서 각종 차별을 당하고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무리하게 일시켜서 조현병이 재발하는 등의 산업재해, 임금체불 등으로 돈을 못 벌게되는 문제다. 그나마 이런 상황은 약을 먹어서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조현병 환자가 약을 안먹고 방치되면 인지능력을 상실해서 근로능력이 아예 사라져 버린다. 조현병은 100명중에 한명 꼴로 걸리는 상당히 흔한 병이기 때문에 조현병으로 일을 못하게 되어 국가가 받는 경제적인 타격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다른 질병치료와 비교해서 조현병 치료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약이 비싸기 때문이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인베가 서스티나는 우리나라 돈으로 의료보험을 받아도 1달치가 5~20만원이나 하는 비싼 약이다. 그렇다고 조현병 환자가 싼 약을 먹으면 몸이 굳는 등 각종 약의 부작용으로 역시나 일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세계에서 조현병으로 인한 각종 사회문제가 해결되려면 일단 의학기술이 더 발전되어서 성능 좋은 약의 가격이 싸져야 한다.




그래서 조현병을 치료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이 책의 관점에서 직장생활을 잘 해서 유능한 직원이 되어 돈을 많이 버는 건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다. 이런 관점이라면 조현병 약을 먹어야 한다. 조현병으로 인해 환청, 환시, 망상 등이 진행중인 상황에서는 직장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책(책 '냉정한 이타주의자') 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를 남을 돕기 위한 비용대비 효과가 높은 좋은 직업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난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고, 조현병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질만한 변수가 훨씬 복잡해진다.


난 대학교 때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지만 영어능력을 살려서 취직하지 못했다. 사실 정말 영어에 올인해서 해외영업 정도 이상의 영어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을 가질 수준이 안되면 개발자로써 해외취업에는 언어적인 제약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언어적인 제약이 있어도 해외취업에 성공하려면 그만큼 프로그래밍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내가 개발자로써 해외취업을 언급한 이유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미국보다 훨씬 조금 벌어서 해외취업이 아니면 비용 대비 효과가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무환경, 근로시간 등의 조건을 고려해도 우리나라 개발자의 업무환경은 문제가 많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산업재해나 임금체불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산업재해나 임금체불을 진짜로 경험하게 되면 더이상 개발자를 직업으로 하기 어려워진다. 우리나라 개발자로 일해도 자기계발과 업무경험을 더해서 나중에 해외취업을 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순 있지만, 현실적으로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임금체불 당하면서 자기계발, 업무능력향상을 계속하기는 어렵다.




또한 나같은 경우에는 조현병 때문에 해외취업에 또다른 변수가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가장 돈을 많이 벌고 가장 뛰어난 비용 대비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곳은 역시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악명높다. 나같은 조현병 환자라면 버는 돈의 대부분을 조현병 치료와 약에 써야 할 수도 있다. 의료보험 되는 우리나라에서도 조현병 약은 1달치에 5~20만원이나 한다. 미국에서라면 당연히 훨씬 비쌀 것이고 만일 조현병이 재발해서 격리치료 등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야말로 병원비 폭탄을 맞아서 빚더미에 오르고 인생 망할 가능성이 크다.


책 <스티브 잡스> 에 이와 관련된 좋은 예시가 소개되어 있다. 애플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중 1명이 조현병으로 인생 망한 사례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이와 관련된 부분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애플의 역사와 이 프로그래머의 사적인 삶은 별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 책에서는 이 프로그래머의 업무적인 공헌도를 약간의 지면을 할애해 설명했을 뿐이다. 미국이 기본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머에게 월급을 많이 주기도 하고, 애플 초창기 직원이었다면 분명 애플이 주식에 상장되고 나서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돈 많이 번 직원도 조현병으로 인생 망했다. 이 정도라면 대부분의 조현병 있는 사람은 미국에서는 어떤 직업으로든 돈버는 것 자체가 가능하냐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돈많고 협조적인 가족이나 친척의 도움이 없으면 조현병 이후에 사회생활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난 차라리 개발자 직업을 포기하는 게 남을 돕기 위해서도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공무원공부를 하고 있다. 사실 나같은 상황에서는 남을 돕는 것에 앞서서 나 자신이 먹고사는걸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내가 스스로 자립이 안되는 데 남을 돕는 건 사치다.


사실 내 상황에선 개발자가 되느냐 공무원이 되느냐보다 훨씬 현실적인 비교는 다음과 같다.


  • 공무원 되기 vs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최저임금 정도 벌기
  • 공무원 되기 vs 돈 못벌고 가족들에게 빌붙어살기
  • 공무원 되기 vs 정부 보조금으로 먹고살기


이 비교기준이라면 당연히 공무원이 되는 게 남을 돕기 위해서라도 비용대비 효과가 낫다.




지금까지 한 이 이야기들은 저번에 책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 2> 의 연재리뷰를 하면서 했던 이야기다. 내 직업적인 상황, 특히 해외취업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때보다 좀 더 자세히 근거를 대서 이야기한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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