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인 저자들(노지 / 베레카)의 자전적인 에세이이며, 두 책 다 말하는 메시지가 비슷해서 같이 리뷰하게 되었다.


두 책이 말하는 핵심 메시지는 '도전하라' 그리고 '즐겨라' 이다. 하지만 그 도전의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두 책의 차이가 있다.




책 '덕후 생활백서' 는 평범하지 않은 저자를 소개하며, 나는 남들보다 뒤처지고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싶다, 내 삶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현재도 그것을 실천하고 있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


반면 책 '일상변주곡'은 평범하게 살아왔던, 지극히 평범한 삶 뿐이었던 저자를 소개한다. 그 평범한 삶이 지겨워질때 쯤, 거창한 도전이 아닌 일상 속 약간의 일탈과 도전만으로도 즐거운 삶을 보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들 책의 핵심 메시지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정말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가 고꾸라진 좋은 표본이기 때문이다.


나는 옛날부터 남들과 좀 달랐다. 그게 장애 때문이라는 건, 정신장애의 징조라는 건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많이 골라서 갔다. 대학교 전공으로 여자들이 잘 가지 않는 전자공학과를 선택했고, 남들이 안하는 사회적경제 블로그를 했으며, 정신장애인인데도 정신장애인이 거의 하지 않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 전문직을 직업으로 선택했다.


그 결과는? 나 하나 먹고살지 못할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사회적경제 블로그를 했을 때 느꼈다. 나 하나 먹고살지 못하는 데 남의 자립을 이야기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가?


이런 삶에 회의를 느껴서 직업재활 후 회사에 입사했는데, 4대보험 안되고 근로계약서 없는 곳에서 임금체불까지 당해버렸다.


물론 나의 상황 자체가 남들보다 안좋았던 건, 자립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건 사실이다. 정신장애인은 어떤 장애유형의 장애인보다도 일해서 돈벌 확률이 최하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깨달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에는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을...


그 이유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나 하나 먹고살 수 없어서 그렇다는 것을...




노지님은 남들보다 안좋은 조건에서 도전하는 삶을 사는 사람인데, 내가 사회적경제 블로그 했을 시절 생각이 많이 나는 삶의 방식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노지님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주위에서 이런 사람을 싫어하는 건 당연하다.


왜냐하면 최소한 자기 자신의 자립, 자기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 있고, 특히 최소한 가족들에게는 100% 피해를 주게 되어 있다.


남에게 피해주는 사람을 싫어하는 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다. 그래서 부당하지만 사람들이 장애인을 차별하고 멀리하는 거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이랑 엮였다가 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나 자신이 손해볼까봐 그런거다.


회사에서 임금체불까지 당하면서 느낀 것이 이런 것이다. 이제라도 남들이 선택하는 평범한 길을 가야만, 그러면서도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만 나 하나가 먹고살고, 남들에게 피해 안주는 삶을 살 수 있겠구나.


공무원공부를 시작한 것은 공익적인 목적도 있지만, 이런 생각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물론 노지님의 말처럼 도전할 수 없게 만드는,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없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에는 공감한다. 또한 겉으로는 도전하는 삶을 칭송하면서 개인에게는 도전하지 말라고 말하는, 그러면서 실패한 사람에게는 "거봐, 내가 뭐랬어. 도전하지 말랬잖아" 라고 훈수두고 성공한 사람들만을 칭송하는 꼰대들이 문제라는 것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사회 탓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


장애인 전문언론인 비마이너의 보도를 보면서 느끼는 게 있다. 왜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보다 더 열심히 정치에 참여하는데도 이 세상의 장애인들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


간단하다. 돈이 없고 바꿀만한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에서 남들보다 힘이 없는, 사회적 약자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그나마 남들이 가는 길 따라가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가 섣불리 남들이 안하는거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고꾸라졌을 때, 개인의 삶을 책임져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필연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공무원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공무원이 된다면 그나마 나 하나 먹고 살면서, 공익을 위해서 일하니까 남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일을 즐기는 것보단 남에게 피해 안주고 사는 게, 나아가서 남에게 도움주고 사는게 나에겐 우선순위상으로 더 먼저다.




오늘이 나의 지방직 공무원 최종합격 여부가 판가름나는 발표일이다.


정말 합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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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던이 2017.09.01 2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영님 글 보며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저도 남들이 안가는 길을 많이 갔는데 결과적으로는 후회를 정말 오랜시간동안 많이 했어요..이젠 좀 받아들였지만..
    꼭 공무원 합격하시면 좋겠어요!

    • 책덕후 화영 2017.09.01 21: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저 최종합격 못했어요... 다음주 월요일이나 화요일날 불합격한 것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서 이 블로그에 다시 올릴 예정입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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