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성격만을 봤을 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비둘기' 와 비슷하다. 강박적이고 고지식한 주인공이 등장하며,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걷돌다가 자살을 결심하기까지... 자살을 결심하지만 이웃들의 방해로 번번히 실패하는 것까지 비슷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소설의 방향은 대단히 다르다. 책 '비둘기' 는 주인공의 강박적인 성격을 객관적으로 묘사한 것에 불과하지만, 이 책은 주인공이 왜 그러는지 심리상태를 좀 더 잘 보여준다.


이 책이 보여주는 이유는 놀랍게도 주인공이 너무나도 정의롭고 도덕적이기 때문이다. 도덕적인 잣대가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그 잣대에 조금만 어긋나도 화를 내고 고지식하게 구는 것이다. 그런 주인공인데 아내가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고 남의 잘못을 뒤집어쓰는 부분, 장애인으로써 부당하게 차별을 받다가 결국 세상을 뜨는 부분까지... 평범한 사람도 사랑하는 아내가 이 소설과 같은 상황이 되면 화나기 마련인데 도덕적인 관념이 남들보다 더 투철한 오베였다면 당연히 열받을 만하다고 보여진다. 세상의 각종 부당함과 불의로 인해 점점 더 마음을 닫고 무뚝뚝해지는 걸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그렇게 되는 게 정말 이해되기도 한다.


사실 책 '비둘기' 를 리뷰했을 때 즈음에는 오베와 같은 성격의 소유자는 문제있는 성격이며, 특히 리더로써는 정말 부적격이라고 봤다. 책 '좀머 씨 이야기' 의 리뷰 에서도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런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던 것 같다. 지도자로써 위기 대처 능력은 정말 중요하지만 도덕성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물론 둘 다 중요하기 때문에 대통령급 되는 사람을 뽑으려면 둘 다 갖춰진 사람을 뽑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작은 역할이 주어지는 팀의 조장 등의 역할을 하면서도 두 자질이 모두 다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게 생각할 순 없다.


그러니까 이 책이 결국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런 것 같다. 강박적이고 고지식한 사람을 무조건 꼰대라고 비난하지 마라. 그 사람 속에서도 진짜 따뜻한 마음이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베의 꼰대짓은 우리나라의 진상 꼰대들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진상 꼰대들은 장애인 차별적인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며, 민주주의를 모욕하고 독재를 옹호하기까지 한다. 이런 꼰대라면 사회에 피해를 주는 정도인데 오베의 꼰대짓은 아무리 봐도 사회에 피해를 주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고지식도 고지식 나름이고 꼰대도 꼰대 나름이다. 오베 정도면 좋아해줄 수도 있지만 사회에 피해를 주는 진상 꼰대를 좋아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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