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 글을 참고하여 본인이, 또는 주변인들 중 정신분열증(조현병)을 가진 사람을 정신차리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일단 난 종교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창의력을 존중했고, 창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지라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환청과 환시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되고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나 자신이 좀 더 창의적으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면 말도안되는 일도 충분히 생길 수도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를 둘러싼 환경이 이전보다 더 창의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즐거웠고


지금 생각해봐도 정신분열증 걸렸을 때 내 마음은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나는 무작정 창의력만을 믿은 게 아니라, 좋아하는 대상이 있었다.


축구선수 기성용, 가수 허영생(SS501).


시기가 참 중요한데, 당시 2010년 9월즈음이었다.


기성용 선수가 전 소속팀 셀틱에서 제대로 출전하지 못하여 힘든 상황이었고, 가수 허영생은 기획사 DSP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새 기획사를 찾는...


좋아하는 두 사람 모두에게 참 힘든 시기였다.




당시 난 내 창의적인 생각과 창의적으로 흘러가는 세상으로 인해 축구선수 기성용과 가수 허영생의 암울한 상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정말 정신분열증의 증상이 꽤 심각했어서, 그 당시의 일이 모두 사실이었다면


분명 기성용 선수의 삶과 가수 허영생의 삶은 바뀌어도 정말 바뀌어 있었을 것이다.




처음 격리치료를 받았을 때 난 기성용 선수와 가수 허영생의 삶이 어떤지, 나로 인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전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그래서 환청, 환시가 사라지고 나서도 그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 모두 사실이라고 믿었다.


게다가 병원에서는 내 병명을 얘기해주지도 않고 숨기기 바빴다.


그래서 병원에 있는 주위 환자들도 나보고 정신차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사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을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정신분열증 약이 있는데도 치료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대로이고 세상이 바뀐 게 아니라 나 자신의 뇌에 문제가 있어서 그렇게 인식했을 뿐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은 환청, 환시가 없어지고 한참 후에 휴가를 나와서 인터넷으로 기성용 선수와 가수 허영생의 소식을 접했을 때였다.


내가 경험한 게 정말 사실이라면 기성용과 허영생의 삶은 바뀌어도 한참 바뀌어야 했지만, 그들의 삶은 한결같았고 내가 경험한 것으로 그들이 화제가 된 기록도 전혀 없었다.


물론 정신분열증으로 격리되고 나서 몇달 후에나 휴가를 나올 수 있었기 때문에 기성용 선수의 삶, 가수 허영생의 삶은 그때와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기성용 선수는 다행히도 셀틱에서 출전기회를 얻기 시작했고, 가수 허영생도 새로운 기획사에서 새출발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건 이 정도의 약간의 변화를 생각한 게 아니었다.


정말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그들의 삶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정신분열증 환자를 무조건 시설에 갇히게 하고 휴가를 전혀 주지 않는 우리나라의 많은 시설들의 행태에 반대하며, 이렇게 운영되는 시설은 반성해야 한다.


정신분열증 환자라도 시설에서 나와서 현실을 경험해봐야, 현실이 자신이 경험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고, 결국 정신차리게 된다.


증상이 심각해서 본인 또는 남을 해칠까봐 우려되는 상황이더라도 보호자 등과 같이 1~2일이라도 휴가가 주어져야 환자가 정신차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했는데도 답이 없는 부류가 있다.


종교인들이다.


종교인들은 흔히 종교를 믿기 때문에 세상이 종교적으로 움직인다고 믿고 종교적인 경험을 한다.


따라서 시설에서 나와서 현실을 경험하더라도 종교는 객관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이라며 계속 자신의 경험이 진짜 경험이라고 믿는 것이고 그래서 자신이 정신분열증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


당시 병원에서도 조현병으로 예후가 나쁜 케이스가 종종 있었는데, 대부분이 종교인이었다.


그래서 책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 에서는 의사 본인이 종교인으로써 종교를 믿는 사람을 더 좋게 보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책의 생각에 나는 반대한다.


오히려 종교를 믿으면 정신분열증을 극복하기 어렵게 된다.




무엇보다 나를 정신차리게 한, 한결같은 삶으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차분하게 노력했고 돌발상황을 일으키지 않은 가수 허영생과 기성용 선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 둘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조현병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수 허영생과 기성용 선수로 인해 나 자신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내 삶의 은인이다. 내가 내 장애를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도 시설에 갇혀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성용과 허영생은 지금도 나보다 훨씬 돈 많이 벌겠지만, 앞으로도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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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그네 2017.06.14 04: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흔치 않은 경험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현병까지는 아니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망상에 빠졌던 경험이 있었는데 이 글을 읽고 뭔가 정리가 되는 것 같고, 많은걸 깨닫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공무원시험에 꼭 합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책덕후 화영 2017.06.14 2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사실 조현병은 신체적인 요인에 의한 병이기 때문에 진짜 조현병의 양성증상일 때에는 이런 글을 읽어도 정신차리기 어렵습니다.(사실 그런 상황에서는 이런 글을 읽어도 환시 때문에 글이 다르게 보여서 잘못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약을 먹고 증상이 가라앉은 이후에도 조현병의 증상을 자기가 직접 경험했던 것이라며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자기 의지로 약을 안먹으려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재발을 반복하면 주위 사람도 고통스럽고 무엇보다 조현병은 약을 안먹는 걸 반복하면 인지능력이 떨어져서 결국에는 약을 먹어도 정신지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지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직업재활은 물론이고 사회생활이 안되기 때문에 뒤늦게 조현병 약을 꾸준히 먹어도 인생 망하게 되요. 이 글은 그렇게 되기 전에 정신차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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