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장애 때문에 이런 건 현실적으로 할 수 없어. 라고 말하면 흔히 돌아오는 대답이 있다.


"장애를 극복해라"


"너 자신의 한계를 긋지 마라"


라는 이야기... 그런데 그 이야기는 상당히 무책임하다.


내가 일하던 업계에 비유해서 말하면 시각장애인이 웹디자인 일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거다. 장애 때문에 안되는 것은 안되는 거다.




근데 그건 신체적인 장애 뿐 아니라 정신적인 장애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


책 '정신분열증을 이겨낸 사람들'을 보면 정신분열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기 위해 밤을 몇일씩 새 가면서 공부를 하는 사람의 예가 나온다.


하지만 정신분열증에 대해서 좀 많이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잠을 줄여가면서 지나치게 노력하는 것은 정신분열증이 재발하는 유력한 원인 중 하나다. (책 '잠의 사생활' 인용)


그래서 이 책의 예에 나오는 이 사람은 지나친 노력으로 인해 병의 재발을 계속 반복한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노력하다가 병의 재발을 반복하는 사람을 의사 입장에서 좋아할까? 병걸릴 정도로 열심히 노력한다면서? 그렇지 않다는 거다. 실제로 해당 책에서도 이런 사례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장애 때문에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장애는 의학적으로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애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섣불리 장애에 도전한다면서 무리하게 노력하다가 잘못하면 자기 몸만 버린다. 노력으로 장애에 도전해서 성공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각종 TV, 책 등에 등장하는 이유는 그게 현실적으로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노력을 하되, 자기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현실적인 걸 고려하면서 해야 한다는 거다.


비장애인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장애인에게 건강은 특히 더 중요한 요소다.


장애인도 먹고 살아야 하고,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장애 때문에 안되는 일 빼고 되는 일 찾아서 남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노력해도 안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회시스템이 개선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정신장애에 대해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니가 마음을 고쳐 먹으면 약 안먹어도 다 낫는다, 진짜 열심히 노력하면 정신장애도 없을 것이다 라는 말...


하지만 그 얘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의학과 역사가 증명하는 것이다.


현대의학이 발전하기 전까지 조현증(정신분열증)은 구제불능의 불치병이었다.


오죽하면 중세시대 때에는 조현증 걸린 사람을 모조리 죽이는 게 법이었을까?




특히 조현증같은 정신장애에 있어서 진짜 문제되는 태도 중 하나는 자기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자기가 장애가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다.


자기가 정신분열증이 있어서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난 정신분열증일 리가 없다, 또는 내가 노력하면 약 안먹어도 나을 것이다, 마음을 고쳐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약을 안먹고 자기가 장애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재발하는 것이고 그런 생활이 계속되면 결국 사회와 격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노력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노력만능주의에 분노한다.


노력만능주의의 피해자는 건강상의 문제로 노력에 제약이 따르는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기 한계 내에서 노력을 해야 하며, 노력 외의 다른 것도 필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전략의 중요성, 창의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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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T넘버원 2016.12.26 0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오력 이라 괜히 나온말이 아니군요.

  2. 2016.12.29 0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책덕후 화영 2016.12.29 15: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창의력 같은 건 스티브잡스 수준의 세계적인 경지에 오르려면 타고나는게 맞다고 봐요... 이 세상에 창의력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꽤 많지만 누구나 스티브잡스처럼 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일상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하기 위한 정도의 창의력이라면 노력으로도 개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3. 인터넷떠돌이 2016.12.30 2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저런말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 못하니까 저딴 소리나 하는 겁니다.
    오히려 오노력이라고 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더 가게 만드는 것이 더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즉,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조차 못하면서, 노력만 강조하는 인간이란게....... 결국 자기도 할줄아는게 없다는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

    • 책덕후 화영 2016.12.31 1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노력이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건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복지가 필요없다 복지는 낭비다 라고 생각하는거 아니겠어요... 경제통계만 봐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 중에서 사회서비스 최하위 국가입니다. 문제는 저같은 장애인 뿐 아니라 실패하면 다시는 기회를 안주니까 충분히 가능성 높은 사람들까지 다 매도당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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